[해외] 해외봉사단 활동기 - 베트남 서유진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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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처음으로 했던 말이 “이럴수가...”였다.
이곳이 내가 듣던 그리고 내가 활동할 하노이란 말인가...
한국에서 수집한 정보는 다른 나라 것이었나? 도대체 몇 년 전의 정보였던 거야?
내가 수집한 정보와는 완전 다른 하노이의 모습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잘 정비된 주변 환경, 한국의 아파트촌과 같은 분위기와 깨끗한 숙소까지..(수집한 정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베트남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심지어 5개월 전과 지금의 모습이 많이 다른 것처럼...)
이게 아닌데.. 정말 이게 아닌데..

내가 꿈꿔오던 봉사활동은 척박한 땅에서 내 자신을 희생하며 몸을 혹사시키는 거였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활동해도 괜찮은 건가? 먼 나라에서 힘들게 봉사활동을 할 다른 단원들에게 미안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고비이자 고민이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베트남 생활에 적응을 잘했다. 주위 분들이 놀랄 만큼..
베트남에 오면 배탈도 나고 살도 빠진다는데.. 한국에서 가방 가득 가져온 약들이 민망할 정도로 건강했고, 때론 베트남 사람이냐는 질문도 받기도 하고, 나에게 길을 물어오는 베트남인들도 있었다. 그리고 음식 또한 최고였다. 요즘 살을 빼기위해 노력할 만큼...

베트남 생활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 하면 단연 마트사건이다. 하노이에 도착한 다음날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사기위해 대형 할인마트에 간적이 있다. 대형할인마트는 익숙한 편이지만 언어도 다르고 다른 나라라는 생각때문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열심히 물건을 고르며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의 이름이 들려왔다. “한국에서 오신 서유진씨, 서유진씨는 방송실 앞으로 와주세요” 하는 안내방송이 그것도 한국말로 또박또박하게 마트 안에 울렸다. 물건을 구경하느라 선미언니가 우릴 놓친 바람에 할 수없이 안내방송을 본인이 스스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날이 나의 이름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활동 중 가장 즐겁고 좋았던 것은 바로 한국어 수업이다.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이었고 내 자신이 부족한 탓에 수업을 위해 국어사전을 매일같이 끼고 살아야했지만(한국에서 이렇게 공부했으면 아마 서울대쯤은..) 학생들을 만나고 수업하는 일이 즐겁다. 학생들을 만나면 수업을 준비하며 소비한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선생님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하고 한마디 해주 면 하루의 피로가 깨끗하게 없어지는 듯 했다. 이렇게 말해주는 학생들을 보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학생들을 보면서 내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했다.

수업하면 하나의 사건이 떠오른다. 수업을 시작한지 세달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CEO는 직원의 마음과 표정을 읽을 줄 알아야합니다. 여러분 제 표정을 한번 읽어보세요.” 그러자 진지하게 한 학생이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지금 행복하지 않으세요? 처음 봤을 때보다 표정이 행복해 보이지 않으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했고, 학생들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몸으로만 열심히 했지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3개월 만에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살랑살랑 한국의 가을바람처럼 바람이 불고,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높고 파란 하늘...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어쩜 이리도 집에 가고 싶은지..
그때 당시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한국에 다녀오고 싶었다. 아니 몰래가서 딱 1시간만이라도 가족을 보고 싶었다.. 미~~~치도록!! 이런 나의 마음을 학생들은 느끼고 있었다.
이 충격이후 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학생들을 위해서......아자!!

이렇게 내 자신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고, 가끔 문화차이로 베트남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뒤돌아보면 봉사활동을 통해 경험한 베트남 생활은 참 즐거웠다. 나쁜 기억보단 좋은 기억이 한 가득이다. 베트남 직원들과 밤늦게까지 여러 날 작업해 꾸민 교실, 센터식구들과 처음으로 함께 간 여행, 스승의 날에 받은 감사 메일과 꽃, 베트남인들의 친절함과 웃음.. 그리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유와 편안함.

6개월이라는 시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모든 것들을 다 적고 표현할 수 없지만 6개월 동안 느낀 봉사를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3주 교육기간 중에 어느 한 분의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현지에서 큰 업적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보다 현지인들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그들에게 많은걸 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웃음을 얻었고, 힘을 얻었고, 추억도 얻었다. 그리고 베트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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