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중언어강사 지원후기 - 글쟁이들의 아름다운 가을 여행
한글날을 맞이한 지난 10월 9일, 걱정했던 태풍도 지나간 맑게 갠 가을 하늘아래 조금은 특별한 관광버스 한 대가 안산 대부도로 향했습니다. 얼굴만 봐서는 가을여행을 떠나는 평범한 무리 같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이 섞인 대화가 오가며 억양도 각양각색입니다. 무려 8개국의 당찬 여성들이 모인 이곳은 바로 서울 이중 언어 강사들의 나들이 현장입니다. 한국에 온 지 오래되었어도 학교수업과 가족을 챙기느라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볼 여력이 없었던 이중 언어 강사들을 위해 한민족복지재단은 일일 나들이를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이중 언어 강사란 한국인 배우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한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넘은 이주여성들로 어느덧 자신만의 장점인 이중 언어로 학교에서 다문화이해 수업과 한국어 수업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올해 초에 있었던 재단의 ‘이중 언어 강사 역량강화 워크샵’ 을 시작으로 올해 6월 ‘책 만들기’ 특강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집합 장소에는 어느덧 친근해진 얼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갈대와 코스모스가 드넓게 펼쳐진 안산 바다향기테마파크에 도착하니 선생님들은 청소년기로 돌아간 소녀처럼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고된 육아와 살림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를 만끽(?) 해서일까요, 아니면 동료선생님들이 좋아서 일까요? 여행 내내 여기저기서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걸 들으니 함께 가을여행을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림욕에 좋기로 소문난 대부도 해솔길을 부지런히 걷고서 먹은 바지락 칼제비는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재료가 얼마나 신선하든지요! 점심을 먹고 들린 곳은 ‘그랑꼬또 와이너리’ 라는 곳인데요, 당도와 산도가 탁월한 대부도 포도로 담근 와인을 맛보고 그 제조과정과 특징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는 명소입니다.
그 다음은 선감어촌체험마을에서 고구마 캐기 체험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뜨거운 가을볕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칠 무렵이라 걱정이 되었는데요, 막상 호미질을 시작하니 선생님들이 어찌나 열정적으로 캐시던지 순식간에 준비된 봉투를 고구마로 가득 채우시고 무거워진 손에 뿌듯해 하셨습니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이자 하이라이트였던 누에섬은 일몰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보이는 곳입니다. 다행히 물이 빠진 때에 도착하여 갯벌 사이로 길을 따라 풍력발전기를 거쳐 등대전망대까지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숨을 깊이 들이쉰 것은 이 멋진 풍경 그리고 바다냄새를 오래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일몰을 기다리는 동안 돌아본 안산어촌민속박물관에서는 문수남 서울다솜학교 교장선생님의 설명 덕분에 어촌마을의 생활풍습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아직은 좀 낯선 한국 문화에 대해서 성심성의껏 설명해주시니 과연 서울이중언어강사연합회의 고문다우십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오두막처럼 생긴 식당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는데 선생님들께서 이전보다 한층 더 편안하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한국에서도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고 행복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오랜 벗’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친구와 좋은 여행이 지쳐가는 삶에 활력을 더해 주듯, 오늘의 만남이 선생님들께 진정한 위로와 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들이 여행 중에 지어 본 3, 4행시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 : 이렇게 좋은 날
중 : 중국인, 일본인, 몽골인 할 것 없이
언 : 언제나 한 마음으로
어 : 어디에서든 빛이 나는 우리 이중 언어 강사들에게 대부도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곽문향 선생님(2기, 중국) -
한 : 한민족복지재단에서 마련한, 뜻 깊은 한글날에
글 : 글로벌 의식을 가진 샘들과 함께
날 : 날씨도 최고, 경치도 최고인 대부도에서 맘껏 즐기는 이중언어연합회 가을여행
- 김유리 선생님(2기, 중국) -
이 : 이중언어강사는
중 : 중요하고 소중한 선생님들이고
언 :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려고
어 : 어렵지 않게 다가와
강 : 강사로서 최선을 다하며
사 : 사랑의 힘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 이나윤 선생님(2기, 몽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