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2원짜리 책으로부터 시작된 길림시의 작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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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원짜리 책으로부터 시작된 길림시의 작은 기적”

  
길림시조선족유치원으로 향하다

한민족복지재단은 지난 9월에 실시한 ‘2013 중국 조선족교사 한국초청연수’에 대한 사후보고회와 전달교육을 하기 위해 11월 말 중국 현지를 방문했습니다. 한국에서 배운 여러 가지 교육 콘텐츠가 과연 조선족 학생들의 교육현장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지 사뭇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길림시조선족유치원’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길림시조선족유치원’에서는 부원장님이신 김향양 선생님을 포함해 총 3명의 선생님이 연수에 참석하였습니다. 특히 김향양 선생님은 천상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소리와 제스처에 발랄함이 묻어나는 분이었기에 아이들과 어떤 재미난 일을 만들어 나가실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상속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2원짜리 책


연수기간에 선생님들은 ‘책 만들기’를 통해 아이들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나가는 수업을 배웠습니다. ‘이런 수업 방법도 있구나~’ 하고 끝날 수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달랐습니다.

“근래에 들어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에 조선족 어린이들이 우리말을 접하고 배울 기회가 줄어들고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책 만들기’는 우리말을 재미있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했죠.”

선생님들은 유치원 아이들에게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일 때문에 엄마 아빠와 오랫동안 떨어져서 지내고 있는 원아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고, 예쁘게 책을 꾸미도록 했습니다. 종이를 이리저리 접고, 서툰 가위질에, 마음은 예쁘게 하고 싶지만 삐뚤빼뚤 칠해진 엄마 얼굴. 아이들은 처음해보는 책 만들기에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점점 완성되어 가는 자신의 작품에 뿌듯해하며 재밌어했습니다. 세계 유명 아티스트가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아이들의 눈빛과 나름대로의 작품 활동은 매우 진지했으나 지켜보는 선생님들은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드디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목조목 꾸민 솜씨들이 각자의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그려 책을 만든 것이 얼마나 값지고 훌륭한 일인지 격려해 주기 위해 한 권당 2원씩 아이들의 책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중국돈 2원은 우리나라로 치면 500원도 안 되는 작은 액수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책을 누군가가 사준다는 특별한 경험을 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웃음꽃이 만발한 ‘은학원’의 하루


그렇게 얻게 된 책값은 은학원의 어르신들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학부모들도 함께 나서 우유와 사탕 등 간식거리를 후원해주었고, 아이들의 책값과 선생님들의 후원금으로 휴지와 생필품 등 선물꾸러미를 함께 만들어 ‘은학원’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선물을 포장하면서도 마치 잔치를 앞둔 사람들처럼 모두가 설레는 마음을 품고 즐겁게 포장을 했습니다.

길림시 창읍구에 소재한 ‘은학원’은 거동이 불편하신 조선족 어르신들이 150~160명 정도 계시는 양로원입니다. 이곳 어르신들은 예전에 우리민족이 기근과 가난으로 힘겨웠던 시절,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났거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민족의 아픈 역사를 온 몸으로 견뎌 오신 분들입니다. 지금은 다시 자식들을 중국 대도시나 한국 등으로 떠나보내고 외로이 노년의 삶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적적한 일상을 보내시다가 꼬마 손님들이 방문하자, 순식간에 은학원에는 활기가 넘쳐났고 꺄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마음과 정성을 담아 마련한 선물꾸러미가 한 곳에 모이자, 마치 명절을 맞이한 것과 같은 훈훈함이 은학원에 전달되었습니다. 특히, 원아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장기자랑은 어르신들께 인기 폭발이었습니다. “아이구, 잘한다, 잘한다~” 아이들이 꼬물꼬물 율동하며 노래 부르는 몸짓에 어르신들은 자신의 손자손녀를 떠올리시는 듯, 시선을 떼지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품에 안겨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할머니와 꼬마 어린이의 대화가 잘 통하진 않았겠지만, 말로는 다 전달되지 못한 사랑이 그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모두 전해진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들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손자손녀뻘의 아이들이 직접 찾아와 따뜻한 온기를 전달해 준 것에 너무나 고마워하셨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 또한 흐뭇하면서도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습니다.


세계시민으로 한걸음 내딛다


‘나눔’과 ‘기부’라는 개념이 낯선 중국에서 오랜 기간 어렵게 정착하며 일군 조선족 사회에서, 귀여운 꼬마들이 벌인 작은 이벤트가 얼마나 의미 있는 날갯짓이었는지 아이들은 알고 있었을까요?

길림시 언론에서는 아마도 이 작은 기적을 빨리 알아본 것 같습니다. 은학원을 방문한 유치원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길림시조선족신문과 강성일보에 게재된 것입니다. 한족을 비롯해 여러 민족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길림시 지역사회에 나눔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매우 뜻 깊고도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작은 기적의 시작이 조선족 선생님들로부터였다는 것! 모국에서의 연수를 통해 배운 것들을 교육현장에 잘 접목시켜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고,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나눔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값진 수확이었습니다.

한민족복지재단도 이번 현지 방문에서 접한 반갑고 기쁜 소식을 통해 많은 격려와 도전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연수를 받았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그 내용들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보여주신 작은 기적은 더욱 맘 깊이 다가왔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앞으로도 이 나눔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바라기는 이 작은 기적이 더 많은 곳에서 계속 되고 널리 퍼져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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